감자.
못생긴 감자일지언정 먹을 생각 없으면 젓가락으로 찔러보지나 말던가. 기껏 곰보 투성이인 몸뚱아리 어영부영 메꿔놨더니 바람구멍 휑하니 뚫어놓고 이거, 속이 좋지 않아 못 잡숫겠다 하시면 어쩌란 말이오. 제대로 익지도 않은 생감자 먹으려들다, 그 맛에 화들짝 놀랐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번갯불에 구웠든, 뜸들여가며 쪄 냈든, 혼자 알아서 익었든. 맛나게 먹는다고 그 감자를 탓할 건 또 무어란 말이오. 좋소, 먹고 탈 날 거면 뱃속에 들어간 감자 녀석이 시원히 소화나 되겠소? 그런다고 이미 젓가락에 난도질 당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무나 배 고픈 이 어여 와 낼롬 집어가 뱃 속에 집어넣으면 내 기꺼이 그 분의 피와 살이 되리다. 아무라도 좋소, 목구멍도 못 넘기고 깨물어 생채기만 낸 채 내치지 않을 분이면..
일기장
2006. 7. 13. 04:2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