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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앞유리의 서리를 녹이기 위해서든, 엔진 예열을 위해서든, 시트 열선이나 히터를 미리 켜 두기 위해서든 원격 시동 기능을 자주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스파크의 경우 수동 변속기 차량에서는 아예 원격 시동 리모트키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조차 없고, 별도의 원격시동 경보기를 설치하더라도 원격시동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위해 시동 예약이라는 기능을 사용해야 합니다. 시동 예약이라는게 은근히 귀찮고 불편한 터라, 겨울이 오기 전에 중립 감지 기능을 넣어야지 생각하다가 하는 김에 현재 변속 위치까지 표시하는 것으로 일이 좀 커졌네요.

만드는 데 사용한 부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다이오드(1N4004N) : 41개 (-_-)
- 저항(1Kohm) : 12개
- 리드 스위치 : 7개
- 12V 5핀 릴레이 : 3개
- 세그먼트 LED (별모양, Common Anode) : 1개
- 네오디뮴 자석 (10 x 5 x 2T) : 1개
- 만능기판(28 x 28홀) : 2개
- 미등용 저항 (미등을 켰을 때 밝기 감소를 위한 것. 아무거나 직/병렬로 이어가면서 적당한 밝기를 맞춰주면 됨)
- 배선용 전선, 커넥터, 케이블타이, 기타 잡 자재 등등



배선도고 뭐고 별다른 고민 없이 즉석해서 부품을 끼우고 땜질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부품 주문하면서 8핀 릴레이도 하나 같이 사서 작업을 시작했지만 이게 불량이어서(코일은 살아있는데 전원을 넣어도 스위치를 땡기질 못함. 릴레이도 불량이 있구나...) 나중에 마침 남아 있던 5핀 릴레이로 변경을 한 탓에 여기저기 점프선 잇고 난리 났네요. 바닥에는 글루건으로 범벅을 해 놓고, 혹 쇼트나 글루건이 녹아서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직포를 적당히 잘라서 덧대줬습니다.


그냥 숫자만 표시하는 거라면 7세그먼트를 써도 되는데(녹색으로 사다가 HUD처럼 대시보드에 눕혀놔도 좋을 것 같기도..), "N"이나 "R"과 같은 영문자를 표시하기 위해 별모양 세그먼트로 골라봤습니다. 별모양 세그먼트는 파는 곳도 많지 않은 것 같고, 빨간색 말고 다른 색은 구하기 어려운 것 같네요.


부품 중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게 이 리드 스위치입니다. 개당 700원꼴인데 6~7개를 사용해야 하다보니 이것만 해도 4~5천원은 그냥 나가네요. 리드 스위치를 어떤 간격으로 배치해야 하는지(기어봉 아랫 부분의 움직임에 맞춰야 하므로), 기판의 고정은 어떻게 해야 할지가 작업하면서 가장 골치아픈 일이었습니다. 혹, 나중에 따라 하실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분이 계시다면, 리드 스위치 배치나 간격은 위의 사진을 참고하시면 되겠네요. 일반적인 만능기판(홀 간격 2.54mm) 기준으로 좌우 5홀, 상하 10홀씩 떨어지면 됩니다.

리드 스위치는 다리가 자력에 반응하기 때문에 자석 방향에 따라 다리 방향이나 길이를 다르게 배치해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리관이 매우 약해 무턱대고 다리를 구부렸다가는 깨지기 쉬우므로 다리를 구부릴 때에는 반드시 다리 안쪽을 롱노즈로 붙잡고 바깥쪽을 구부려야 합니다.


기어봉 아랫부분.. 앞뒤로 움직이는 기어 케이블 고정부위에 조그만 네오디뮴 자석을 고정시켰습니다. 말은 쉬운데, 자석이 워낙 작다보니 고정하는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덩치가 큰 자석을 사용하면 좁은 간격으로 배치된 리드 스위치들이 동시에 연결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뭐..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리드 스위치 간격을 다시 맞춰주면야 상관은 없겠지만.


기판의 높이를 맞춰주기 위해서 거의 다 사용한 WD-40 구형 뚜껑 잘라다가 기판을 고정하고(글루건 + 에폭시), 양면테잎으로 임시부착하면서 각 단별로 정상 동작하는 것을 확인한 후 에폭시로 떡칠을 했습니다. 부착면이 흡음재라 좀 말랑말랑하기는 마냥 말랑거리진 않아서 유격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요.


경보기의 자동/수동 변속기를 판별하는 점프선을 잘라다가 연장해서 회로에 연결했습니다. 기어가 물려 있는 상태에서는 점프선이 연결되고(경보기는 수동으로 설정 -> 시동 예약을 하지 않으면 원격 시동이 되지 않음), 중립 상태에서는 점프선이 떨어지도록(자동으로 설정 -> 시동 예약에 무관하게 시동) 회로를 구성했습니다.


메인 기판은 릴레이 소리가 크게 들리는터라 부직포를 여러 겹 말아서 센터콘솔 앞 빈 공간에 고정했습니다. 기어 케이블이 단단하니까 그 위에 얹어놓고 케이블타이로 묶어주면 되는 일이라 꽤 간단한 편입니다.

작업하면서 회로도는 따로 안 그렸는데, 일단은 어떤 식으로 동작하는지 궁금해하실 분이 계실까봐 회로도를 나중에 그려봤습니다.
원본으로 보세요.



MCU 프로그램을 할 줄 아는 분이라면야 간단히 회로를 구성할 수 있을텐데, 저는 MCU를 만져본 일도 없고, 이것저것 단가가 올라가는 것도 내키질 않아서 무식한(다이오드 수십개 때려박기)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스위칭 하는 것도 어떤 트랜지스터를 어떻게 이어야 하는지 몰라서 그냥 익숙한 릴레이를 갖다 쓴 것이구요. 딸깍딸깍 거리는 소리가 은근히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기어 넣고 뺄 때마다 기계적으로 뭔가 연결되는 맛이 있어서 나쁘진 않습니다.

아래는 동작 모습을 담은 동영상입니다.
- 각 단별 숫자/기호 표시 및 미등 켰을 때 밝기 감소
- 기어 넣어놨을 때 원격 시동이 안 되다가 중립으로 놓으면 원격 시동이 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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