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장거리 운행이 잦고, 몸에 열이 많아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등이나 허벅지에 땀이 나는 편이라 통풍시트 작업을 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모터가 달려 있는 시트커버 등등을 사용해오곤 했는데, 딱딱하고 요철이 많아서 오래 앉아 있기도 불편하고 내구성도 영 꽝인 제품들이 대부분이라, 이번에는 통풍 시트 설치 전문 업체를 이용했습니다.

 

송풍 방식이나 가격 등등 여러 가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고른 건 드림카 C1 이라는 제품. 바람을 고르게 분배하기 위한 매트가 시트 폼 아래에 설치되기 때문에 개조하기 전/후 앉았을 때 느낌이 거의 차이가 없는게 특징입니다. 요즘 순정형 통풍 시트니 뭐니 많이들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말리부에는 애초에 순정 파트로 통풍 시트가 들어가지 않고, 블로워 하나에다 덕트 연결해서 시트백, 시트쿠션에 바람 불어넣는 방식은 썩 마음에 안 들어서, 가격이 좀 더 나가더라도 드림카 C1을 선택했네요.

 

드림카 본사는 경기도 화성에 있습니다만, 수도권이나 부산 등의 몇몇 시트 전문점에서 드림카 제품을 받아서 장착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명한 가죽시트 체인 메이저카(MJSEAT)에서도 디지털3단 통풍시트로 이 제품을 채용하고 있구요. 장착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좀 나는 것 같으니, 위치나 설치 가격 등을 미리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말리부에 통풍시트 작업을 한 사례가 워낙 적은 편이라, 본사가 아무래도 작업 노하우가 가장 많을 것 같아 하루 휴가 내고 본사에 방문해서 설치했습니다.

 

 

먼저 시트 백 커버 벗겨내고 헤드레스트를 분리합니다. 말리부는 액티브 헤드레스트 때문에 헤드레스트 분리가 되질 않습니다. 액티브 헤드레스트 동작 방식에 따라 다르긴 하겠습니다만, 말리부는 후방충돌로 강하게 시트백이 눌리면 여기에 연결 된 강철 케이블이 당겨지면서 헤드레스트가 앞으로 튀어나오는 방식으로 되어 있네요.

 

문제는, 이 헤드레스트를 분리해야만 시트 커버를 벗길 수 있기 때문에 헤드레스트 지지봉을 뽑아야 합니다. 헤드레스트 지지봉을 클립이 붙잡고 있는데, 보이지도 않고 잘 빠지지도 않아서.. 소형 일자 드라이버로 걸어 빼려다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결국 작업하시던 팀장님께서 꽤 크게 다치셨습니다(드라이버가 손톱을 뚫고 들어갔다고 하네요). 그 와중에도 붕대 감고 끝까지 작업을 해 주셨는데 제가 괜히 죄송했어요.

 

 

드림카 사무실 한켠에 마련된 체험용 시트. 시원한 에어컨 바람의 도움이 없는 상태라 앉아봐도 큰 감흥은 없습니다.

 

 

 

시트를 고정하는 나사를 분리하는 것도 말리부는 굉장히 힘든 편. 기본적으로 죄다 톡스렌치(별렌치)를 이용해야 하고, 나사 풀림 방지용 나사고정제를 떡칠해놔서 전동 임팩으로는 꿈쩍도 하질 않습니다. 팀장님 땀 뻘뻘 흘리면서 라쳇핸들로 열심히 풀어야 겨우 돌아가네요.

 

이 외에도 듀얼 프리텐셔너 때문에 시트 한 쪽의 안전벨트 부분을 분리해야 하는데, 여기는 작업 공간이 비좁아서 나사 풀기도 영 난해하고. 말리부나 알페온 시트는 정말 작업하기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달갑지 않은 차종이라고 하시네요.

 

 

커버와 쿠션을 제거한 시트 프레임. 철제이긴 한데, 검게 도색이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시트 백에 달려 있는 비닐 주머니같은 건 전동 요추받침. 두 개의 공기주머니가 위아래로 포개져 있는데, 여기에 펌프로 공기를 채우거나 빼서 요추받침이 조절됩니다.

 

 

 

먼저 들어와 있던 전세대 뉴SM5 시트 프레임.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은 보통 저렇게 방청처리 되지 않은 철판을 쓰곤 합니다. 어차피 시트 커버로 덮어서 보이지도 않고, 외부에 노출돼서 많은 습기에 노출이 될 것도 아니니까요. 이런걸 문제삼는건 괜한 오바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말리부가 더 좋아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오후에 들어온 그랜저 TG의 시트 프레임. 색깔도 독특하고 프레스로 찍어낸 모습은 아닌 것 같아서 살펴보니까 마그네슘 주물로 찍어낸거네요. 현기차가 원가절감이니 뭐니 하면서 욕을 먹기는 하지만, 그랜저부터는 품질이 확실히 좋은 것 같기는 해요.

 

 

 

 

구멍 뚫을 위치를 잡고, 봉을 가열해서 구멍을 냅니다. 구멍 낸 쿠션 사진을 찍은 줄 알았는데 찍어놓은 게 없네요. 구멍을 내면서 열선이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겉으로 보이는 건 패드에 열선 고정을 위해 재봉해 놓은 것이고 열선 그 자체는 물리적인 힘(가위로 잘라먹는다거나..)을 가하지 않는 이상 손상될 염려는 안 해도 된다고 하시네요. 그렇게 따지고 보면 열선 패드를 쿠션에서 떼어낸 후에 작업해야 하는 다른 방식(순정형...)에 비해 열선 패드에 바로 구멍을 내는 이 방식이 더 안전할 것 같기도 하네요.

 

 

쿠션 아래에 설치되는 통풍 매트.

 

 

말리부 가죽 시트 커버에는 타공이 되어 있지 않아 시트 가공업체에 보내 시트쿠션/시트백 부분을 타공 가죽으로 교체해야 합니다. 가공된 시트 커버가 도착할 때까지 차량에 미리 배선 및 제어 모듈을 설치했습니다. 전원은 실내 퓨즈박스에서 뽑아 왔고, 제어 모듈은 꽤 작게 만들어져 바닥 내장재 안쪽에 쏙 들어가네요. C1 모듈의 배선이나 커넥터 등 마감 상태가 전선 규격은 상당히 신경써서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공한 시트 커버가 도착해서 C링을 이용해 쿠션에 커버를 고정시킵니다.

 

 

블로워 모터는 시트 아래에 2개가 들어갑니다. 시트백으로 연결되는 공기 통로가 뒷자리에서 살짝 보이는데, 시트백 커버 안쪽에 공간이 충분하고, 바람이 들어갈 통로가 있다면 (블로워가 2개 들어가는 일부 차량의 순정 통풍 시트처럼) 시트백 안에 설치를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블로워 모터는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부품 제조사의 것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스위치는 작게 만들어서 설치 장소 선정하는 데 크게 불편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손만 살짝 얹어도 스위치가 눌리는 편입니다. LED는 파란 색이고,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OFF -> 3단 -> 2단 -> 1단 -> OFF 순서로 동작합니다. 주간에는 상관이 없지만, 야간에는 LED의 밝기가 꽤 밝게 느껴질 수 있으니,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손이 잘 닿으면서도 가급적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설치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시보드, 센터스택, 센터콘솔 등에 설치하는 것은 좀 말리고 싶네요.

 

 

타공 가죽으로 변경한 모습. 시트 백 위쪽까지 타공 가죽으로 바꿨으면 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존 가죽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시트 방석 앞 부분을 보면 실밥 풀어낸 바늘 구멍 자국이 보이기는 해요.

 

설치 후 동작했을 때 팬 돌아가는 소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만, 아주 시끄러운 것은 아닙니다. 고속도로를 운행하거나, 에어컨 송풍 단계를 조금만 올려줘도 통풍시트 팬 소리는 묻혀서 잘 들리지도 않네요.

 

어디까지나 "통풍" 시트이다보니 기본적으로 에어컨을 틀어 실내가 시원해진 상태에서 제 기능을 합니다. 공조기 송풍구처럼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기대했다면 많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에어컨 틀고 앉아 있다 보면 엉덩이나 등에서 은근하게 시원한 바람이 올라오는 게 느껴지네요. 통풍시트를 설치하고 화성에서 광주광역시까지 바로 운행을 해야 했는데, 역시 땀이 안 차서 쾌적하게 운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용 면에서는 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운전 오래 하는 분들이라면 무리해서라도 장착해 볼 만한 제품인 것 같네요.

 

설치하는 동안 사무실로 통풍시트 문의하러 오시는 분들 보니까 화물차 운전하시는 분들이 꽤 계신 것 같습니다. 시트를 들어내서 설치해야 하는 만큼 드림카에서는 아직 화물차에 통풍시트를 적용하는 것은 준비를 안 하셨나봅니다. 아무래도 운전자가 차에서 오래 생활하는 화물차에도 이런 통풍시트가 적용된다면 좋아하실 분들이 많을 듯 한데.. 나중에 사업 규모가 더 커지면 한 번 고려해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날씨도 덥고, 손가락도 심하게 다친 와중에도 웃으면서 깔끔하게 설치 마쳐주신 드림카 이영일 팀장님 감사합니다. 금방 나았으면 좋겠는데.. 걱정이네요. 말리부가 작업하기 워낙 까탈스러운거 옆에서 지켜 본 입장에서 말리부 카페에 이걸 소개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좀 되기는 합니다만... 작업하기 힘드시면 예약을 거부하시든 설치비용을 올려 받으시든 그건 드림카에서 알아서 하세요. ^^;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