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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입주한 지 이제 1년반이 넘어가는 시점인데 아직까지 전열교환기 필터를 교환하지 못했습니다. 이유인즉슨, 전열교환기 제조업체(진성이알브이)가 망해서 필터 등등의 소모품 구매를 알아볼 곳 자체가 없기 때문. 관리사무소에 여분이 비치되어 있는지까지는 알아보지 않았지만 이런 소모품류까지 비치할 의무는 없겠지요. 설령 업체가 아직 살아있다 하더라도 필터 가격이 절대 저렴할 것 같지는 않았을테니, 결국엔 필터 원단을 사다가 가공해서 넣는 방법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이미 알맹이를 다 꺼내고 찍은 것이라 순서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전열교환기 아래 뚜껑을 고정하는 나사 8개를 풀어야 합니다. 한 손으로 뚜껑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나사를 풀어야 하니, 수공구로는 웬만하면 도전하지 말고 전동드라이버를 사용하는게 좋겠습니다. 불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나사를 풀고 조이는 것만 해도 몸살날 수 있습니다.



필터와 열교환코어가 떨어지지 않도록 철판 하나가 붙잡고 있으니, 그걸 고정하는 나사를 풀면 내장들이 우수수 쏟아집니다. 손으로 잘 받친 상태로 나사를 풀어야 합니다. 위 사진에서 왼쪽 위는 바깥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곳(필터 2장), 오른쪽 위는 안 공기를 바깥으로 내보내는 쪽(필터 1장)입니다. 



열교환 코어는 이런 식으로 생겼습니다. 종이 재질은 아니겠습니다만, 골판지를 수십층 쌓아놓은 모양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들어오고 나가는 공기가 서로 직각으로 교차하면서 공기의 "온도만" 섞어주는 역할을 하는 놈입니다. 이것도 쓰다보면 오염되고 결국엔 교체를 해야 하는 소모품이라 하는데.. 그 때가 오게 되면 전열교환기를 통째로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외기측 필터는 부직포 프리필터와 메인필터 2종, 내기 배출 필터는 부직포 프리필터 하나로 되어 있습니다. 메인필터 여과등급은 알 길이 없네요. 프리필터는 몇 주 전 물로 씻어놔서 아직 깨끗한 편입니다.



이 전열교환기는 (아마도)RS485 통신으로 제어가 되는 것 같습니다. 홈네트워크 통신 표준이 RS485를 쓰니까요. 욕심같아선 집 안에 이산화탄소 농도 센서를 달아놓고, 거기에 맞춰서 환기가 자동으로 실행되면 좋겠습니다만.. 나중에 만들어봐야겠네요. 아두이노? 뭐 이런걸로 만들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당장은 관련 지식이 없는 관계로 패스.



필터 원단은 구하는게 쉽지 않네요. 일단 국내 인터넷을 뒤져봤을 때 주름가공을 하지 않은 필터 원단을 파는 곳을 찾긴 했습니다. 하지만 주름가공이 안 된 필터는 쓸모가 없지요. 두께가 1.5cm로 얇은 편이라 자동차용 필터 중에서 적당한 것을 고르기도 쉽지 않네요. 결국 기댈 곳은 대륙.. AliExpress에선 찾지 못하고 taobao에서 찾았습니다.


전열교환기에 들어가는 필터 크기는 30 x 22 x 1.5 cm인데, 마침 30 x 40 x 1.5 cm짜리를 파는 곳을 찾았네요. 필터 테두리 두께를 감안하면 반으로 잘라 한 장으로 두 번 쓸 수 있는 사이즈입니다. H12등급 헤파 필터로 미세먼지도 충분히 잘 잡아줄 것같고요.


https://item.taobao.com/item.htm?spm=2013.1.3.4.43ac246dJIC3CB&id=534184447542


가격은 필터 한 장에 28위안, 3장에 카드 수수료 등등 포함해서 약 1.43만원, 배송대행료(몰테일) 1.46만원이 소요되었습니다. 총 6번 교환할 물량이니 한 번 사용에 대략 5천원꼴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네요. 역시 대륙은 위대하다 싶습니다.



달려 있는 필터를 막 내렸을 땐 오염이 심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보송보송한 새 필터 옆에 놔두니 색 차이가 확연하네요.




새로 산 필터는 앞/뒷면 재질이 달라 설치 방향에 유의해야 합니다. 반짝반짝한 아크릴(정확한 재질은 알 수 없습니다만) 필터가 덧대진 부분이 공기가 들어가는 쪽. 뭐 여하튼 H12 등급 헤파 필터라고 하니까요 뭐..




길이 40cm짜리르 반으로 잘라 20cm만 사용하는 상황이므로 필터 테두리(종이를 접어 만들어놨군요)에서 가로방향은 속을 파내지 않고 놔뒀습니다. 세로방향은 새 필터를 넣을 수 있도록 속까지 다 긁어냈구요. 테두리까지 해서 두께가 1.5cm인데, 필터 속지가 1.5cm가 되니 원래보다 조금 두꺼워지는군요. 1.3~1.4cm 두께의 필터 속지를 구할 수 있다면 딱 맞겠지만, 지금 산 것도 감지덕지.



테두리 안까지 들어가지 않는 가로방향에는 바람이 새지 않도록 테잎으로 마무리. 조금 두꺼워져서 뻑뻑하긴 해도 조립에 문제는 없네요.


대략 6개월 주기로 교환한다고 했을 때 앞으로 3년은 걱정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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