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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관련

LCD 모니터 : 진실 혹은 거짓

외돌토리 2006. 9. 20. 20:31

본 게시물은 파코즈를 통해 지난 7월 진행된 (주)오리온정보통신의 TopSync OR1725D 17인치 LCD 모니터 필드테스트의 후속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OR1725D를 사용하면서 느꼈던 LCD 모니터가 가질 수 있는 단점이나 특징과 관련해 그 당시에 스필테 프리뷰에 적지 못한 내용들을 정리해봤습니다.

 

TopSync OR1725D의 스필테 프리뷰를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시기 바랍니다.

 

 

1. 명암비와 색 표현 수의 관계

 

명암비가 높아서 그레이 스케일 레벨이 매끄럽다는 둥, 명암비가 높아야 많은 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둥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예를 들어) 1000:1의 명암비인 LCD 모니터가 700:1의 명암비인 LCD 모니터보다 훨씬 선명하게 보이더라..라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참 대단들 하십니다.

 

분명 명암비가 높으면 보다 선명한, 정확히 말하자면 색 대비가 분명한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명암비가 높으면 높을 수록 좋은 모니터라고 할 수 있기는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명암비가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의 차이를 확인하실 수 있을거에요.

 

 

그런데.. 이 명암비는 색의 표현 범위와는 연관이 있을 지 몰라도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의 수나 색 변화의 매끄러움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혹자는 마치 1000:1의 명암비면 1000가지의 명도를 나타낼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만, LCD 모니터는 어찌됐건 한 색상당 8-bit (혹은 6-bit) 디지털 신호 처리장치이기 때문에 256 (혹은 64) 단계의 명도만 표현이 가능합니다(혼합색이 아닌 RGB 중 한 색의 경우를 말합니다).

 

 

위의 두 경우에서 아래쪽에 사용된 색의 수가 훨씬 적을 것 같지만 실지로는 둘 다 같은 숫자의 색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많아봤자 256단계의 그레이스케일만을 표현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모니터들에서 봤을 때 색 손실이 없으면서 비교예를 들기 위해 64색만을 이용했습니다.

 

명암비는 패널의 명부와 암부 빛의 밝기를 측정한 뒤 명부의 밝기를 암부의 밝기로 나눈 것입니다. 이런 패널은 있지도 않겠지만 흰 색을 표현할 때 백라이트의 빛을 100% 투과하고 검은 색을 표현할 때 1% 투과하는 패널과, 10%를 투과하는 패널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들의 명암비는 물론 100:1과 10:1이 되겠죠? 10:1의 명암비라고 해서 10단계의 명암만을 표현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자, 그럼 같은 밝기의 백라이트를 사용하고 백색 투과율이 (말도 안되지만) 100%로 같은 패널이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흑색 투과율은 각각 1%, 0.5%, 0.1%라고 했을 때 세 패널은 각각 100:1, 500:1, 1000:1의 명암비를 갖겠지요.

 

1%, 0.5%, 0.1% 그레이 레벨을 눈으로 분간할 수 있는 사람? 이 넓은 세상에 그런 사람, 있기야 있겠죠. 또, 명암비가 높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만 정말 개미 눈꼽만큼의 차이, 특히 흑색 투과율의 소숫점 얼마만으로도 명암비는 순식간에 휙휙 몇 십 몇 백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명암비가 대단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광고에 혹 할 필요 없다는 얘깁니다, 제 말은.

 

 

 

2. LCD패널은 억울하다?

 

지금도 그러는 분들 많으시겠지만, LCD 모니터를 꺼리는 사람들 중에서는 CRT 모니터가 색이 더 풍부하기 때문이라 여기는 분들이 여럿 있을겁니다. 생각해보면 요즘의 LCD 패널은 한 원색당 8-bit이고 PC에서 처리하는 신호 역시 8-bit 이니까 LCD 모니터라고 해서 CRT보다 딸릴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CRT 모니터에 들어가는 원래의 영상신호 역시 아날로그로 변환된 8-bit 신호였으니까 결국 원본은 똑같다는 얘기거든요. 근데 차이가 난다 이 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LCD 컨트롤러의 기능적 구조

 

위 다이어그램은 LCD 컨트롤러인 Realtek RTD2522 칩의 기능적인 구조를 나타낸 것입니다. 아마, 1280 x1024 SXGA 해상도를 지원하는 17인치 혹은 19인치 LCD 모니터에 많이들 사용하는 녀석일거라 생각하고, 이전에 필테를 진행했던 OR1725D 역시 이 칩을 사용했습니다.

 

OR1725D에 사용된 FPD 컨트롤러 : Realtek RTD2522

 

흔히들 아시겠지만 PC에서 처리되는 데이터는 디지털 신호고, 이 것을 RGB 아날로그로 변환해 출력하거나 DVI를 통해 디지털 신호를 출력하는 것으로 화면 표시장치에 신호를 전송합니다. 일단, CRT의 경우 아날로그 신호를 받아서 그 전압의 강도에 따라 그대로 화면에 뿌려주는 아날로그 방식의 화면 표시장치라는 것도 다들 아실테죠. 아날로그 신호는 신호의 특정 구간의 단계를 무한대라 생각해도 되는 만큼 PC상의 한 원색당 8-bit를 담고 이 것을 화면으로 표시하는 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면서 양자화 과정을 거치는 도중 원래의 데이터가 잘려나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LCD 모니터는 디지털 신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디지털 변환 과정이 꼭 필요하므로, 아날로그 RGB 신호 입력시 PC의 그래픽카드에서 내보내는 신호 일부는 어떻게든 잘려 나가게 됩니다. DVI로 연결해 이런 아날로그<->디지털 변환 과정이 생략되면 데이터가 잘려 나가는 일은 막을 수 있겠죠.

 

 

예를 들어, 어떤 그래픽카드가 아날로그 신호를 0.1~0.9V 사이에서 내 보낸다고 하고, LCD 모니터는 0~1V 범위 내에서 양자화 하도록 되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0~0.1V, 0.9~1V에 해당되는 약 20% 범위의 디지털 값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기에 256 단계 중 약 50단계는 이미 사용할 수 없게 되고, 원본 데이터의 일부는 디지털 변환 과정에서 근사값으로 처리됩니다.

 

 

밝기 변환은 디지털 값에 특정 값을 더하는 방식으로, 대비 변환은 값을 곱하는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가장 원본에 가깝게 처리되는 것은 출력 데이터가 0 에서 시작하는 기울기 1 의 그래프겠죠. 그런 세팅 값은 매우 한정돼 있다보니 모니터가 밝아 눈이 아파도 밝기를 건드리면 안 되는 그런 상황이 연출됩니다.

 

신호 변환 과정에서 까먹고, 밝기/대비 변환(추가로 감마, 색온도 등등의 처리도 포함)에서 까먹으니 PC에서 처리해 내 보내는 24-bit 중 꽤 많은 양의 데이터가 패널로 넘겨지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는 상황이죠. 그렇게 LCD 컨트롤러에서 다 까먹은 빈약한 신호를 받아서 화면에 뿌려야 하는 LCD 패널만 억울한 일이구요.

 

 

 

3. 싼 것도 좋지만 이건 아닌데..

 

아날로그 연결이라면 입력과 출력 레벨을 맞춰주기 위해 밝기/대비 변환 과정은 꼭 필요하긴 합니다. 다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최적의 값은 딱 정해져 있어서 설정 후 여간해선 건드리면 안 되는게 문제긴 하지만요. 디지털 연결시에는 이런 변환 자체가 신호를 변질시키고 까먹는 행위니까 받은 디지털 신호 그대~로 패널로 넘겨주는 게 가장 이상적입니다(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혹, 모니터상에서 이런 변환들이 허용돼도 되는 경우라고 한다면 PC보다 처리하고 표시할 수 있는 데이터의 크기가 더 큰 경우겠죠. LCD 컨트롤러의 내부 연산이나 화면 표시가 10-bit 단위 정도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얌전히 찌그러지는게 여럿 도와주는 일입니다.

 

그럼 LCD 모니터 밝기는 어떻게 조절하라는 것이냐. 백라이트 밝기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죠. 지금과 같이 패널에 들어가는 신호만 건드려서 밝기 조절할거면 명암비 좋은 패널 필요도 없습니다. 패널에 0 레벨과 255 레벨이 동시에 들어가게 세팅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밝기 조절 조금만 하면 명암비는 쭈~~욱 떨어져 패널 스펙의 1/10 수준이라도 뿌릴 수 있음 다행이니까요.

 

백라이트 밝기를 조절해 전체적인 밝기를 조절하게 되면 백라이트 밝기에 상관 없이 패널 스펙의 명암비에서 별다른 변화 없이 화면표시가 가능합니다. LCD 모니터의 전력 소비량 중 상당량을 차지하는 백라이트인 만큼 밝기를 조절할 수 있게 되면 항상 최대 밝기로 켜져 있는 것보다 전력소모나 수명 면에서 유리해질 수 있구요. 무엇보다 밝기에 상관 없이 패널이 표시할 수 있는 색상 수를 항상 표시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가장 좋은 일이겠죠.

 

 

그레이스케일로 비교를 해 보면 좀 더 쉽게 아실 수 있을겁니다.

 

 

백라이트 밝기를 조절한 경우 특정 색 구간의 뭉침 없이 밝기 조절이 가능한 반면, 패널로 들어가는 데이터를 조작해 밝기를 올리면 명부, 밝기를 내리면 암부의 색들이 이내 뭉쳐서 구분할 수 없게 돼 버립니다. LCD 모니터가 너무 밝아 눈부시지 않을 정도로 밝기를 낮추면 이미 그 상황에선 암부의 색들이 이미 뭉쳐있는 상태죠. LCD 모니터 쓰면서 암부 계조 표현이 부족하다고 흔히들 하는 얘기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아니, 그럼 왜 백라이트 밝기를 조절하는 모니터를 안 만드는걸까요? 칩 하나에 롬 하나, 크리스탈 하나만 있으면 LCD 패널 제어가 다 되다보니 굳이 인버터를 제어할 회로를 추가하고 싶지 않았나보죠.

 

OR1725D의 컨트롤보드. 백라이트 밝기 조절용 노브나 스위치, 별도로 다는 데 얼마나 들길래.

 

개인적인 생각에, PC에 어울리는 가장 이상적인 LCD 모니터는 DVI 리시버 꼴랑 하나 달리고 백라이트 조절 가능한 DIY 모니터 혹은 애플 시네마디스플레이 시리즈입니다만.. 혹, 제가 LCD 모니터 제조 기술자라면 디지털 신호 입력 부분은 DVI 리시버, DVI->LVDS 변환기, LVDS 트랜스미터만 달고, 중간에 어떤 잡스런 연산은 생략토록 할 텐데 말입니다.

 

 

 

주의 : 관련 분야의 전문 지식인이 아닌 관계로 본 게시물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다소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으며, 모든 LCD 모니터 제품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LCD 모니터가 본 게시물에서 지적하는 내용과 관련이 없는 경우, 그러니까 백라이트 밝기 조절이 되고 DVI 연결했을 때 신호 변환에 아예 손을 못 대게 하는 그런 모니터를 쓰고 계신다면 만세 삼창 하셔도 되겠네요.

 

덧 : 어두운 방 안에서 모니터를 보는데 눈이 부신데도 밝기 조절을 차마 못하는게 화딱지나 적기 시작한 글입니다. 모니터 생산/개발업체 직원분 반성 좀 하세요, 패널만 신형 썼다고 광고만 하지 말고 패널 스펙 제대로 살리는 컨트롤보드나 제대로 만드시란 말입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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